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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인 아내 박정미(52) 씨와 신중하고 생각이 많은 남편 이동은(55) 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병원에서 지내던 정미 씨의 엄마 윤귀재(80) 씨를 모시기 위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무안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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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윤귀재 씨 나이 직업

무안 반도에서도 제일 끝자락에 이른 아침부터 팥을 심는 박정미(52), 이동은(55) 씨 부부가 있습니다.

윤귀재

거침없이 호미질을 해나가는 아내 정미 씨와 달리 남편 동은 씨는 아내가 3줄 심을 때 겨우 1줄 심을 정도로 느리기만 하여 꼭 ‘토끼와 거북이’ 같은 두 사람입니다.

그런데 팥을 심다 말고 갑자기 집으로 향하는데 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집임에도 서두르는 건 뇌출혈로 왼쪽 편마비가 온 엄마 윤귀재(80) 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엄마 윤귀재씨는 밤마다 미국에 있는 정미 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정미야, 여기서 엄마 좀 꺼내줘, 나 집에 가고 싶어.’라는 엄마의 간절함은 점점 절규로 바뀌었고 더 이상 엄마를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미 씨는 3년 전, 착한 남편 동은 씨와 함께 미국 생활을 접고 고향 무안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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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이동은 부부 나이 직업

엄마를 집으로 모셔 오기 위해 미국 생활을 접고 고향 무안으로 돌아온 정미 씨 부부는 올해로 농사 2년 차, 초보 농사꾼입니다.

윤귀재

작년, 처음으로 벼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논 때문에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우리 논인 줄 알고 약도 치고 수확도 했는데 알고 보니 옆집 논이었고, 올해 새로 시작하는 양배추 농사도 모종을 키우는 단계에서 온도를 잘못 맞춰 모두 죽어 버렸습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모종을 심긴 했지만,과연 끝까지 잘 길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고, 안 해 본 농사 일 하랴,장모님 웃겨 드리는 개그맨 역할 하랴, 동분서주하는 동은 씨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위는 뒷전으로 귀재 씨는 늘 딸 편만 들고 심지어 정미 씨에게 ‘돌싱 특집’ 편에 나가보라고까지 하시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꼭 사위, 동은 씨에게만 거친 욕을 하십니다.

혈관성 치매로 인해 동은 씨를 집안 머슴쯤으로 착각하는 장모님 때문에 집안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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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치매 진료 병원

어느 날, 경주에 계신 동은 씨의 어머니 장세주(87) 여사가 아들 내외를 보러 오시고, 어머니를 만나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 얼굴이 환해지는 동은 씨입니다.

윤귀재

반면 정미 씨는 엄마가 혹여라도 시어머니 앞에서 평소처럼 사위에게 욕이라도 할까 조마조마해집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며 해본 적 없는 농사까지 짓느라 헤매는 아들 내외가 안쓰러워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 세주 씨는 마늘 한 접을 다 손질하시고도 더 해줄 일이 없나 집 안 곳곳을 살피십니다.

그런 어머니께 올해 농사지은 단호박으로 좋아하시는 호박범벅을 쒀 드리려는데 호박 삶는 문제로 그만 어머니 앞에서 다투고 맙니다.

동은 씨는 혼자 화를 삭이러 밭으로 나가고 정미 씨는 시어머니 앞에서 과감하게 남편 흉을 보는데 어머니는 현명한 ‘부부 병법’으로 상황을 한방에 정리해 주십니다.

내내 예의 바른 사돈의 모습을 보였던 귀재 씨가 사위 동은 씨에게 욕을 하기 시작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건 알았지만 아들에게 욕까지 하는 건 처음 본 세주 씨의 얼굴이 굳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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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이 집으로 돌아간 후, 별안간 친정집에 가고 싶어 하는 윤귀재 씨는 6남매의 막내로 귀하게 자랐지만, 스무 살에 시집와 시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하며 맏며느리로 헌신을 다 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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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귀재 씨의 친정집 나들이는 온 가족이 기대하며 나섰건만,
넓은 마당에 무화과나무가 가득했던 기억 속 부잣집은 폐가가 되어있었습니다.

실망했을 엄마를 위해 정미 씨가 엄마가 유난히 좋아하는 무화과를 사러 나갔고 돌아오는 길에
정미 씨는 ‘난 엄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라며 환하게 웃습니다.

막내딸인데 엄마를 모시는 일이 억울하지 않냐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고 막내딸 부부가 바라는 건 그저 엄마가 지금처럼 오래도록 우리 곁에 계셔주시는 것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엄마와의 시간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엄마 곁으로 돌아온 정미 씨입니다.

엄마 돌보고 농사짓느라 몸은 힘들지만, 오늘도 환한 미소로 엄마에게 “엄마가 있어서 좋아.”라고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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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향집에서 맞는 세 번째 가을, 엄마를 위해 온종일 집과 밭을 오가는 정미 씨가 엄마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 “엄마가 있어서 좋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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