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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무릎이 아픈 아내 조점님 씨를 위해 남편 이명연 씨는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포도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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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점님 이명연 부부 프로필
수확 철을 맞아 매일 새벽 포도밭으로 출근하는 피곤한 일상이지만 탐스러운 포도를 보면 ‘이 맛에 농사짓는 거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점님 씨가 포도 세 송이를 따는 동안 겨우 한 송이 딸까 말까 한 명연 씨는 단 두 명뿐인 포도밭에서 자신은 총감독을 맡아 주로 지시를 하기 때문이랍니다.
포도밭에서 퇴근한 점님 씨는 집에 와서도 쉴 틈이 없는데 10년 째 키우고 있는 다육이 물주기, 강아지들 밥 주기, 올해 아흔 셋의 시어머니 봉양까지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밤마다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점님 씨는 미술 대학에도 합격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뒷바라지 해 줄 사람이 없어 화가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점님 씨에게 명연 씨는 미술 유학도 보내주겠다며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줄줄이 삼남매가 태어나고 그동안 장어집, 오리집 등을 거쳤지만 장사가 잘 안되면서 명연 씨의 철썩같은 약속은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 조점님 이명연 부부 프로필 ▼
삼남매 나이 직업
바쁜 수확 철을 맞아 부산에 사는 아들 이대건(35) 씨가 손을 보태러 왔는데 한 번 배를 타면 몇 개월씩 바다에 나가는 외항선의 선박 기관사로 일하는 아들입니다.
내년 봄, 아들 세쌍둥이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인데 아들들이 태어나면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협동심을 기르겠다는 말로 점님 씨를 속 터지게 합니다.
서울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막내딸은 삼남매 중 가장 먼저 첫 손자를 안겨 주었고 의사인 큰 딸도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들인 공에 비해 몇 배나 더 잘 자라준 삼남매를 생각하면 포도가 잘 팔려야 하는데 당도를 높이기 위해 조금 늦게 수확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샤인 머스캣을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혼을 앞둔 딸의 결혼 비용, 세쌍둥이를 출산할 며느리의 산후조리원 비용 등 돈 들어갈 데는 대기 중인데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만 가는 포도 상자들로 걱정이 점점 커지는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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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켓 주문 택배 홈페이지
11남매 중에 10번 째, 점님 씨 바로 위에 언니가 포도 수확을 도와주러 왔는데 어렸을 때부터 끼와 재능이 많아 누구보다 잘 살 거라 믿었던 동생입니다.
시어머니에 시할머니까지 있는 시골로 시집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모두 반대지만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정이 그리웠던 점님 씨는 가족들 많은 게 더 좋다며 명연 씨와 결혼했습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는 동생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수확 철만 되면 일손을 보태러 달려옵니다.
언니 앞에서 잘 사는 모습만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수확한 포도를 수레에 싣는 문제로 명연 씨와 싸우고 포도 상자에 손가락이 다치는 사고까지 당하고 맙니다.
사실 부부는 일하는 속도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절대 안 맞는 로또 복권처럼 잘 맞지 않고 그런 서로를 ‘로또’ 라고 부르지만 그 이유가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점님 씨는 남편 명연 씨가 사사껀껀 하나도 맞질 않아 ‘로또’라 부르고 명연 씨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적지만 당첨되면 엄청난 돈을 받으니까 아내 점님 씨를 자신의 ‘로또’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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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막걸리 체험 예약 홈페이지
5년 전 포도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부부는 부족한 돈을 삼남매에게서 도움을 받았고 금방 갚을 줄 알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 명연 씨가 애지중지 키워온 포도나무를 자르고 있습니다.
매년 하락하는 샤인 머스캣 값을 감당하지 못해 내년부터는 다른 종의 포도를 심어볼 계획이지만 포도 농사만으로는 빚을 갚기 힘든 형편입니다.
한식조리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점님 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요리 강사로도 활동하며 돈을 벌고 샤인 머스캣을 넣은 막걸리 만들기에도 도전 중입니다.
조만간 아홉 동의 하우스 중에 한 동을 주말 포도 농장으로 만들고 아이들은 포도를 따고 어른들은 포도로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을 궁리 중입니다.
바쁜 날들이지만, 틈틈이 포도도 그리고 꽃도 그리는 점님씨는 내년 봄, 태어날 아들네 세쌍둥이들에게 선물할 그림을 그리며 점님 씨는 생각해봅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에서 비록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남편과 삼남매 낳아 잘 키워냈고 손주들에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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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인생의 항로를 지나며 비록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오늘도 티격태격, 로또처럼 안 맞다는 남편과 포도밭을 누비는 그녀를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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